2009년 1월 13일 화요일

[FC]다크윙덕(Darkwing Duck)

 한국에서는 일요일 아침에 방영하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통해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추억의 캐릭터인 다크윙덕(국내명 오리형사 다크)을 베이스로 캡콤에서 제작한 패미컴(이하 FC)용 횡스크롤 액션게임입니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게임들은 원작의 인기를 뒤에 업고 나온 수준 미달의 지뢰일 경우가 많은편인데 적어도 이 게임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 국내에서는 이 게임 자체보다는 록맨 스킨을 뒤집어 쓴 채 시중에 록맨5라는 제목으로 나돈 해적판으로 플레이 한 게이머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나레이션과 함께 'I'm Darkwing Duck'이라 외치는 다크윙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대사는 앞으로 각 스테이지를 시작할때마다 볼 수 있는데 망토를 펼쳤다가 손을 위로 치켜 올리는 원작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며 대사를 외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지요. 이 후 낯익은 BGM과 함께 오프닝이 흘러나옵니다. 플레이 캐릭터들의 동작을 활용한 간단한 오프닝이지만 BGM과 괜찮은 싱크로를 보이고 마지막에 다크윙덕의 컷인과 함께 자연스레 타이틀화면으로 넘어감으러써 결과적으로 꽤 훌륭한 오프닝의 느낌을 자아내게합니다. 이외에도 게임 중간중간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컷들이 나오면서 유저의 이해를 돕지요.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고싶은 스테이지를 선택하자

 스테이지는 지도에 뜨는 Help라는 말풍선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저 중 한 곳을 선택하면 전용 비행기를 타고 그 스테이지에 돌입하게 됩니다. 소소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방식이지요. 첫 게임 플레이시에는 스테이지가 3군데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적지 않나 싶지만 다행(?)스럽게도 첫 스테이지들을 전부 클리어하면 새로운 스테이지들이 등장합니다.

 

록맨의 버스트 샷을 쏘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다크윙덕의 총

 게임 방식은 전형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 방식으로 적을 쓰러뜨리며 진행하면 끝에 보스가 등장하여 보스와 1:1로 싸우게 됩니다. 기본무기는 총이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아이템으로 서브웨폰을 습득하면 셀렉트 버튼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서브웨폰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 올라탈 수 있다던가 - 이를 활용해 적을 좀 더 용의하게 쓰러뜨리거나 보너스 스테이지에 돌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탄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껴가며 필요한 순간에 사용해줘야겠지요.

 

 풀어서 이야기했는데, 간단히 한마디로 말하자면 록맨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이 시기의 FC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대부분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캡콤에서 제작해서 그런지 캐릭터 사이즈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인 느낌이 록맨 - 슬라이딩이 없는 초기 시리즈- 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록맨 해적판으로 둔갑하여 나돌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랄까요.

 

 하지만 이 게임만의 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록맨 스타일의 게임인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한데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나나등의 함정을 밟으면 머리에 별이 도는 애니메이션적 연출과 함께 스턴에 빠지고 조작키를 위로 올리면 망토로 몸을 가리는 모션을 취햐며 적의 총탄을 막아 낼 수 있는 캐릭터 액션의 추가와 함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매달리기' 시스템입니다.

 

어디든지 매달리는 다크윙덕

 원작에서 여기저기 매달리는 모습을 특징화하여 액션으로 재현하여 디딜 수 있는 공간이나 갈고리등에 매달려 이동할 수 있지요. 위에서도 록맨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록맨에서 적과의 전투가 비중이 좀 더 크다면 이 게임은 적들이 내구력도 약하고 그 숫자도 비교적 적은 대신 약간의 조작 미스로도 비명횡사 할 수 있는 낭떠러지 함정을 곳곳에 배치하여 좀 더 세심한 조작을 요구하는 스테이지 구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타이밍과 스테이지 구조물을 돌파하기위한 컨트롤이 이 게임의 주 스킬이 되며 록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게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겠습니다.

 

 전박적으로 록맨 스타일의 게임성에 다크윙덕이라는 캐릭터 스킨을 입혀놓은 듯한 게임이지만 여기에 이 게임만의 플레이 감각을 집어넣어 이미 검증받은 록맨 스타일의 게임성에 이 게임만의 개성이 붙어 무난한 게임이 되었네요. 거기에 익숙한 BGM과 친숙한 캐릭터,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토리, 그리고 원작의 요소들을 게임에 잘 조화시킨 부분으로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레종데트르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다크윙덕이라는 이미지에 맞지 않게 대시, 슬라이딩등이 존재하지 않아 살짝 느린 게임진행속도와 일반 적들의 바리에이션이 적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 자칫하면 플레이하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네요. 그렇다보니 짧은 플레이 타임은 단점이자 곧 장점이 되버리는 미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게임이면서 너무나도 허무한 엔딩등 무난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전체적으로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줘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결국 다크윙덕 팬이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고 설령 팬이 아니더라도 액션게임을 좋아한다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