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2일 수요일

파이널 판타지13 체험판 감상

 이전에 발매되어 파이널 판타지 무비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던 FF7 Advent Children의 완전판 격인 FF7 Advent Children Complete(이하 FF7ACC)가 발매되었습니다. 재밌는건 이번 FF7ACC에는 특전으로 파이널 판타지13(이하 FF13)의 체험판이 수록되었다는 것이지요. 예전 토발 No.1에 FF7 체험판이 증정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뭐, 그래도 이번에는 같은 파판계열에 포함시킨거니 파판팬들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려나.

 

 개인적으로는 요 근래의 스퀘어에닉스의 행태가 그다지 마음에 안들뿐더라 노무라를 좋아하지 않기에 FF13에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습니다. PS3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막상 체험판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살짝 마음이 동해 '따, 딱히 관심있어서 보는건 아냐!'같은 츤데레적 입장을 고수하며 플레이 영상을 바로 다운받았습니다.

 

이번작의 주인공인 라이트닝

 영상 처음 부분을 장식하는 오프닝 무비는 보다보면 '역시 스퀘어'라는 말이 나오게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게임내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부분의 비율에 대한 문제는 넘어가더라도 역시 스퀘어에닉스의 그래픽 실력하나는 인정합니다. 그리고 역시 기종이 발달함과 함께 기술도 발달하다보니 FF12때 이상으로 영상에서 플레이화면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더군요. 전혀 차이가 없다라고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위화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공간의 모습도 상당히 멋지게 표현되었고 폴리곤 모델의 캐릭터 표정등도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프레임 드랍이 종종 보이는데 이는 정식판에서 해결되야할 것 같네요.

 

체험판에서 가장 눈길을 끈 폭풍간지의 베히모스改

 뭐, 애초에 영상은 좋게 나오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본 부분은 역시 전투파트입니다. 전부터 공개된 정보들로는 전투 시스템이 어떤지 잘 감이 안잡혔는데 플레이 영상을 보니 이제서야 좀 느낌이 오네요. 기본적으로 ATB(Active Time Battle)인데 액션성을 강화해서 그런지 플레이어는 주인공 한명만 직접 컨트롤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더군요. 액티브 게이지가 차는 속도를 보면 다른 플레이어를 조종하기 힘들정도로 빨리 차오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이 나머지 AI가 조종하게 되는 파티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을 하게 되는지는 모르겠네요. 전작의 갬빗시스템과는 또 다른 방식이 채택 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FF12에서도 갬빗 시스템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파티원을 수동으로 조작했었기에 파티플레이의 재미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전체적인 전투를 감상해보면 재밌는듯 하면서도 조금 미묘합니다. 액티브 게이지가 차오름과 함게 최대 3개까지 행동을 스톡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방식이던데 체험판은 행동이 제약되있어서 그런지 좀 단조로운 면이 조금 있었지만 본편에서 체인 콤보나 띄우기등과 잘 조화가 된다면 꽤 재미있는 전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MP 자체가 완전히 사라졌던데 이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근데 왜 마법들이 죄다 파이어 - 파이가, 블리자드 - 블리자가로 중간의 '~라' 계열이 안보이지;

 

 무엇보다 전투 시스템이 끝나고 HP가 풀로 차는 점과 함께 레벨 자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게 좀 신경쓰이네요. 영상 내내 메뉴창을 열어 스테이터스를 확인하는 모습 자체가 없었기에 아직 체험판이라 그부분은 완성이 안됐나 싶기도 한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조금 걱정되네요. 액션성이 강한 전투일수록 손이 많이 가게 되는데 레벨 자체까지 사라져버리면 전투의 의미가 퇴색해버리니 나중에는 귀찮아서 전투를 피해다니기에 급급해질테니까요. 게다가 이번 작품은 필드에서 적이 직접 보이는 형태라 더욱 피하기 쉬울테고.

 

 전반적으로 괜찮은 체험판이었던 것 같네요. 체험판이라 그런지 중강중간 미흡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지만 어떤 느낌의 게임이 될지 알아볼 수 있어 체험판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파판이라는 네임밸류에 걸맞는 멋진 게임이 나올 것 같네요. 덕분에 다시금 파이널 판타지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 FF13 하나를 위해 PS3를 사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아직, 그정도까지는 조금 모자란 느낌이라. 아, 물론 한글화해주면 삽니다. PS3버전은 기대가 안되는데 적어도 나중에 발매 될 엑박360 버전은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봐도 되려나.

2009년 4월 6일 월요일

[영화]토요일밤부터 일요일새벽까지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새벽까지'. 제목이 아무리봐도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패러디라 생각되어 눈여겨 보게 된 작품인데 기회가 생겨서 보게되었습니다. 애초에 10년도 더 된(1994년도 작)옛날 영화기에 하유선 같은 이쁜 배우는 기대도 않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보다보니 의외로 물건이더군요. 정말이지 앉아서 시간가는 줄모르고 보았습니다. 단순한 성(性)상품화의 외설영화가 아닌 한 남자가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 휴먼스토리의 성장영화!(…)

 

전반적인 누설이니 주의…라고 해도 이거 볼 사람이 있나?(클릭)


 이 영화의 재미를 글로 표현하기에는 역시 부족하네요. 보는 내내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열심히 쓰기는 했지만 역시 직접 봐야 아는 그 유쾌함.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외설영화가 아니라 개그영화인 것 같습니다(…). 감독이 개그맨 출신이라 그런가.

 

 나름 잘나갔는지 95년도에 후속작도 나왔다던데 대충 스토리 다이제스트를 읽어보니 1과 유사한 내용인 것 같네요. 아직 못봐서 모르겠네요.

 혹시나 작품을 보실 분들을 위한 참고사항.

 감 독 :  박세민    
 출 연 :  유현상, 김상배, 최고봉, 김현영, 전도열, 박용식    
 각 본 :  박세민    
 제 작 :  박성규    
 음 악 :  최성수    
 촬 영 :  주홍식    
 편 집 :  조기형    
 조 명 :  김만중

 …그런데 찾아 볼 수는 있으려나…. 아니, 그 전에 볼 사람이 있나?(…)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FC]다크윙덕(Darkwing Duck)

 한국에서는 일요일 아침에 방영하던 디즈니 만화동산을 통해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추억의 캐릭터인 다크윙덕(국내명 오리형사 다크)을 베이스로 캡콤에서 제작한 패미컴(이하 FC)용 횡스크롤 액션게임입니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게임들은 원작의 인기를 뒤에 업고 나온 수준 미달의 지뢰일 경우가 많은편인데 적어도 이 게임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 국내에서는 이 게임 자체보다는 록맨 스킨을 뒤집어 쓴 채 시중에 록맨5라는 제목으로 나돈 해적판으로 플레이 한 게이머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간단한 나레이션과 함께 'I'm Darkwing Duck'이라 외치는 다크윙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대사는 앞으로 각 스테이지를 시작할때마다 볼 수 있는데 망토를 펼쳤다가 손을 위로 치켜 올리는 원작의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며 대사를 외치는 모습이 상당히 귀엽지요. 이 후 낯익은 BGM과 함께 오프닝이 흘러나옵니다. 플레이 캐릭터들의 동작을 활용한 간단한 오프닝이지만 BGM과 괜찮은 싱크로를 보이고 마지막에 다크윙덕의 컷인과 함께 자연스레 타이틀화면으로 넘어감으러써 결과적으로 꽤 훌륭한 오프닝의 느낌을 자아내게합니다. 이외에도 게임 중간중간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컷들이 나오면서 유저의 이해를 돕지요.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고싶은 스테이지를 선택하자

 스테이지는 지도에 뜨는 Help라는 말풍선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저 중 한 곳을 선택하면 전용 비행기를 타고 그 스테이지에 돌입하게 됩니다. 소소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선택방식이지요. 첫 게임 플레이시에는 스테이지가 3군데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적지 않나 싶지만 다행(?)스럽게도 첫 스테이지들을 전부 클리어하면 새로운 스테이지들이 등장합니다.

 

록맨의 버스트 샷을 쏘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다크윙덕의 총

 게임 방식은 전형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 방식으로 적을 쓰러뜨리며 진행하면 끝에 보스가 등장하여 보스와 1:1로 싸우게 됩니다. 기본무기는 총이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아이템으로 서브웨폰을 습득하면 셀렉트 버튼으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서브웨폰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 올라탈 수 있다던가 - 이를 활용해 적을 좀 더 용의하게 쓰러뜨리거나 보너스 스테이지에 돌입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탄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아껴가며 필요한 순간에 사용해줘야겠지요.

 

 풀어서 이야기했는데, 간단히 한마디로 말하자면 록맨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이 시기의 FC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 대부분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은 캡콤에서 제작해서 그런지 캐릭터 사이즈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인 느낌이 록맨 - 슬라이딩이 없는 초기 시리즈- 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록맨 해적판으로 둔갑하여 나돌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랄까요.

 

 하지만 이 게임만의 차별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록맨 스타일의 게임인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한데 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나나등의 함정을 밟으면 머리에 별이 도는 애니메이션적 연출과 함께 스턴에 빠지고 조작키를 위로 올리면 망토로 몸을 가리는 모션을 취햐며 적의 총탄을 막아 낼 수 있는 캐릭터 액션의 추가와 함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중요한 요소가 바로 '매달리기' 시스템입니다.

 

어디든지 매달리는 다크윙덕

 원작에서 여기저기 매달리는 모습을 특징화하여 액션으로 재현하여 디딜 수 있는 공간이나 갈고리등에 매달려 이동할 수 있지요. 위에서도 록맨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록맨에서 적과의 전투가 비중이 좀 더 크다면 이 게임은 적들이 내구력도 약하고 그 숫자도 비교적 적은 대신 약간의 조작 미스로도 비명횡사 할 수 있는 낭떠러지 함정을 곳곳에 배치하여 좀 더 세심한 조작을 요구하는 스테이지 구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타이밍과 스테이지 구조물을 돌파하기위한 컨트롤이 이 게임의 주 스킬이 되며 록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게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겠습니다.

 

 전박적으로 록맨 스타일의 게임성에 다크윙덕이라는 캐릭터 스킨을 입혀놓은 듯한 게임이지만 여기에 이 게임만의 플레이 감각을 집어넣어 이미 검증받은 록맨 스타일의 게임성에 이 게임만의 개성이 붙어 무난한 게임이 되었네요. 거기에 익숙한 BGM과 친숙한 캐릭터, 중간중간 등장하는 스토리, 그리고 원작의 요소들을 게임에 잘 조화시킨 부분으로 캐릭터 게임으로서의 레종데트르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다크윙덕이라는 이미지에 맞지 않게 대시, 슬라이딩등이 존재하지 않아 살짝 느린 게임진행속도와 일반 적들의 바리에이션이 적고 난이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 자칫하면 플레이하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 아쉽네요. 그렇다보니 짧은 플레이 타임은 단점이자 곧 장점이 되버리는 미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게임이면서 너무나도 허무한 엔딩등 무난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전체적으로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줘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네요. 결국 다크윙덕 팬이라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고 설령 팬이 아니더라도 액션게임을 좋아한다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2008년 12월 24일 수요일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태우다

탐욕스런 자본가에 의해 만들어진 산타라는 족속 때문에,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계급에 속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계급에 속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슬퍼할 것인가.

착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설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은 착하다. 착하지 않은 아이란 애초부터 없다. 누구를 위한 '착한 아이'인가. 선물 따위 알량한 미끼로 순수한 아이들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고 노예화하는 산타는 용서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착한 아이여, 총을 들어라. 그리고 너의 방 창문을 두드리는 산타를 쏴라.

 

- 아수라장 정태룡의 프리토크 中 -

 

 크리스마스 이브고 하니 크리스마스 특집 포스트입니다. 2005년의 크리스마스. 솔로로서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였지요. 일요일이 겹쳐버린 크리스마스는 일정이 없던 저에게 그냥 주말과 다를 것 없는 휴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된거 그냥 잠이나 푹 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친구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지금 빨리 홈플러스로 나와!"

 

 제가 국문과 출신은 아니지만 한때 국어과목의 학원강사까지 바라보던 몸이었기에 저 짧은 친구의 한마디는 전화세를 줄이기 위해 굉장히 함축되어있지만 상당히 많은 전제가 내포되어 있으며 문맥과 상황에 따른 관련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표층적인 발화만으로는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고 상황을 고려하여 봤을 때 저 전화의 의미는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도 없이 방구석에서 궁상떨지 말고 빨랑 나와. 우리가 놀아줄께."

 

 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청자는 그런 의미를 쉽사리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남자 9명이 모여서 뭘하자는 걸까. …라고 해도 어차피 할 것도 없어서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넵, 9명. 그 당시 저희 모임 멤버들은 전부 솔로였습니다. 친구들과 합류하여 뭘 하려고 하냐고 물어보니 다같이 공터에서 양푼에 비빔밥을 비벼먹는답니다. 아니, 크리스마스에 비빔밥이라니.

 

마치 크리스마스에 족발을 먹는 듯한 부조화

 "야이 쌉새들아. 비빔밥 먹자고 날 부른거냐?"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 투덜거리고 있으니 친구 한명이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걱정마. 산타도 태울거야."

 

 산타를 태운다! 전국 수백만의 솔로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처절함만 집어 넣고 있는 메리 크리스마스의 원흉인 산타클로스. 그렇습니다. 저희는 단순히 놀기 위함이 나니라 그를 처치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습니다. 이 하나의 목적이 생기자 비참한 솔로들의 모임이 아닌 마왕을 무찌르는 용사의 파티가 되었습니다. 홈플러스에서 양푼을 사고 나물을 사고 참기름을 사고 고추장을 사고 이제 마지막으로 산타 인형을 사려고 하는데… 산타 인형이 조홀라 비싸네요.

 

양말에 매달린 산타

 역시 이 자본주의의 개. 그래서 여자친구도 없는데 돈까지 없던 우리는 결국 현실과 타협하여 산타가 붙어있는 크리스마스 전용 벽걸이 양말을 샀습니다(…).

 

 마땅한 공터를 발견하지 못하여 학교 운동장으로 위치를 변경하였지만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도 1리터 정도 샀으니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습니다. 하지만 선조들께서 말씀하시기를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지요. 그래서 일단 양푼에 밥을 비벼 먹었습니다.

 

*실물은 사진보다 클 수 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하얀 눈이 내린 운동장에서 먹느라 경장적으로 추웠지만 위생장갑 하나 끼고 다같이 둘러 앉아 손으로 먹는 맛은 꽤나 각별했습니다. 김장 담그는 느낌도 나고~_~

 

초라한 산타의 최후

 그리고 남은 양푼은 산타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가난한 저희들로서는 특별 화형 무대 따위를 만들어 줄 능력이 없었으니까요. 제 17번 양푼에 산타 1기 반응 확인. 지옥의 화염!

 

 ♣블랙크리스마스

 

 - 마사루作(멋지다 마사루 중 발췌)

 

 푹! 푹!

 으아악...

 

 마을은 순간

 피로 물들고...

 

 결국 산타는 그렇게 재가 되었습니다. 이걸로 마왕 산타는 죽어버렸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되도 전혀 슬프고 외롭지 않아! …는 훼이크고 산타를 태워봤자 외롭지 않다거나 슬프지 않을리가 없었지요. 그저 상징적인 행위일 뿐이니까요. 실제로 비빔밥도 맛있게 먹고 산타도 즐겁게 태웠지만 태우고 바로 슬픔을 감싸기 위해 술먹으러 갔습니다(…). 뭐, 저 이후로는 커플이 되버려 크리스마스에 친구들끼리 모여 산타를 태우는 저런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게 되버렸네요. 그렇다고 그 이후로 산타를 안태운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괜히 애꿎은 산타 태우지 말고 커플이고 솔로고 가릴 것 없이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내 아이가 산타가 있냐고 물어보면

 "옛날엔 있었는데, 아빠가 젊었을 때 잡아 없앴어."

 라고 말해야지.

2008년 12월 19일 금요일

[MD]해적판 록맨X3의 공포

 닌텐도 진영의 간판 액션 게임 중 하나였던 캡콤사의 록맨 시리즈. 패미컴 때부터 큰 인기를 얻어온 록맨시리즈는 슈퍼패미컴(이하 SFC)으로 넘어오면서 X시리즈로 파워업 했고 세가팬들에게는 큰 부러움의 대상이었지요. 세가로 나온 록맨은 패미컴 록맨 시리즈 중 초기작인 1~3편을 묶어놓은 록맨 메가 월드라는 타이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올 클리어시 클리어 특전으로 서유기의 캐릭터를 모티브로한 오리지날 적들이 나온다는 나름의 메리트가 있었습니다만 어차피 이식게임인데다가 그 이식작마저 레트로 게임이었기에 세가 팬들은 속속 발매되는 X시리즈를 바라보며 손만 빨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메가드라이브(이하 MD) 롬파일 목록을 뒤져보다보니 MD용 록맨X3가 떡하이 올라와있더군요. 이정도 대작이 이식되었으면 분명 크게 기사화 되었을텐데 이 기사를 게임잡지쪽에서 본 기억이 없고 인기 순위에서도 본적이 없네요. 그렇다면 MD로 록맨X3 롬파일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해적판이겠지요. 어쨌든 해적판이든 아니든 SFC가 원작이고 이건 어디까지나 이식판이기에 얼마나 이식이 잘 되었나 대충 플레이해보았습니다.

 

굉장히 심플한 타이틀화면

 원래 있어야할 오프닝 화면 없이 갑작스레 타이틀 화면이 뜹니다. 타이틀 화면 자체는 SFC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보이지만 옵션 모드가 안보이네요. 애초에 록맨시리즈가 옵션을 건드릴 사항이 그다지 없다지만 왠지 찝찝한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때부터 흘러나오는 퀄리티 낮은 음악이 귀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게임 스타트를 눌러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고 스테이지 셀렉트로 들어왔습니다(오프닝 스테이지 따위는 당연히(?) 나오지 않습니다). 딱봐도 차이점이 느껴지지요? 원래 스테이지 클리어 후 라스트 스테이지가 출현할 공간까지 감안해서 총 10개의 셀렉트칸이 있어야하는데 그냥 8칸으로 정리되어있습니다. 게다가 1칸은 무려 라스트 스테이지도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덕분에 삭제된 벌과 도마뱀(?)에게 묵념. 덤으로 클리어해도 클리어 표시 - 흑백표시 - 따위 생기지 않습니다. 변화가 없네요.

 

 본격적인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호랑이를 골라 스테이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모든 파츠가 개방되어있습니다?! 하지만 겉멋만 들었을 뿐, 파츠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않습니다. 헤드 파츠의 경우 스테이지 시작시 맵을 읽어들이는데 그런건 없고 암 파츠는 4단계까지  차지는 되지만 나가는 것은 2단계 차지샷입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1단 차지샷은 흑백(…). 그나마 제구실을 하는 것이 다리파츠인데 특이하게도 원판보다 성능이 좋아 공중 대쉬를 무한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야말로 MD판 록맨의 밥줄로 이런 특성과 거지같은 컨트롤이 맞물려 원판과 다른 게임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래픽은 많이 조잡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는데 적 캐릭터들의 색상이 수시로 변화하고 각각의 기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그 예로 이 스테이지에서 발판 역할을 하는 잠자리는 건드리기만해도 데미지를 주는 완벽한 악역으로 돌아서있고 땅을 갉아먹는 애벌레는 열심히 땅을 갈지만 바닥이 가시밭으로 변화하지 않습니다.

 

 근성으로 플레이해서 보스까지 가면 - 여담이지만 보스전을 상징하는 게이트 역시 없습니다 - 다행히도(?) 보스가 등장합니다. 외형과 색상이 꽤 단순화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잘 재현되어있고 공격 패턴도 나름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행동할 뿐으로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많은 공격 패턴과 고유 특성이 삭제되어있습니다.

 

 역시 근성으로 클리어하고나면 승리포즈와 함께 스테이지가 클리어됩니다. 그런데 적의 무기를 습득했다는 표시가 등장하지 않고 바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패스워드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록맨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 전혀 재현되어있지 않네요. 그래서 무기를 습득했나 확인하기 위해 스테이터스 창으로 넘어가려고 PAUSE버튼을 눌렀으나 화면이 살짝 어두워질뿐 푸른 스테이터스 창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게임의 레종데트르는 'MD에도 록맨X 비스끄무리한 물건이 있었다'가 전부로 퀄리티 낮은 그래픽에 거지같은 조작성 등 해적판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면서 외형만 따라했을 뿐 특유의 게임성을 전혀 재현하지 못하고 있고 이것만의 오리지널리티도 없는 해적판 중에서도 B급 해적판인 쿠소게이니 절대 플레이해보지 않으실 것을 권장합니다.

2008년 11월 30일 일요일

[32X]카오틱스(Chaotix)

좌측에서부터 백터, 너클즈, 에스피오, 마이티, 챠미

 슈퍼 32X의 게임중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리뷰가 되지 않을까 싶은 카오틱스입니다. 소닉 시리즈에서 파생됐음에도 기존의 소닉과는 차별화된 게임성과 캐릭터, 그리고 깔끔한 그래픽으로 이 타이틀 나름의 재미를 갖추고 있었으나 평가 이전에 세가 역사에 남을 삽질 머신인 32X 자체가 묻혀 함께 사장된 비운의 게임이지요.

 

 제목과 메인 타이틀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너클즈가 주인공으로 소닉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원래 소닉을 주인공으로 제작되고 있었으나 링으로 두 캐릭터를 연결한다는 컨셉이 스피드를 추구하는 소닉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주인공이 너클즈로 변경되 32X로 발매 된 케이스지요. 그래서 적은 에그맨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반해 등장캐릭터는 너클즈를 비롯한 이 게임의 최대 수확이자 이후 소닉시리즈에 자주 얼굴을 비추게 되는 카오틱스 팀입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총 5명의 캐릭터 중 메인 캐릭터를 선택 후 UFO캐쳐를 통해 파트너를 선별하게 됩니다. 하지만 밑에 캐릭터의 위치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이 선택을 반쯤 운에 맡겨야 하지요. 뭐, 막상 플레이해보면 플레이 감각이 전혀 다른 챠미(벌)을 제외한 각 캐릭터의 능력이 서로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결국 취향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는 각 스테이지 클리어 후 바꿀 수 있으며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그대로 진행해도 상관 없습니다.

 

스테이지를 하나 클리어할 때 마다 레벨이 올라간다

 스테이지의 진행은 이전 소닉시리즈와는 차이를 보이는데 총 5개의 스테이지 중 하나를 랜덤하게 선택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각 스테이지는 총 5level로 한 레벨 클리어 후 다시 캐릭터 선택&스테이지 선택이 주어집니다. 즉, 한 스테이지를 이어서 플레이하는게 아닙니다. 이렇게 랜덤으로 플레이하다가 5level에 도달하면 에그맨과의 보스전이 이루어집니다. 아무래도 기기가 MD에서 업그레이드 되다보니 각 스테이지는 깔끔한 그래픽을 보여주는데 2D배경이 굉장히 세밀하게 그려져있으며 색감이 상당히 좋네요. 각 스테이지간의 특성도 뚜렷하게 잘 묘사되어있고요. 하지만 한 스테이지에 레벨이 5개씩 되는데 반해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구성 자체는 큰 변화가 없고 배경도 약간 변하는게 전부라 점차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지지대 반동을 이용한 달리기

 이번 작의 최대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링을 이용한 연계플레이인데 이 링이 마치 고무줄처럼 작용하여 선택된 두명의 캐릭터는 두 캐릭터간의 탄성을 이용한 연계플레이를 중시합니다. 때문에 오로지 점프 버튼만 존재하던 기존의 소닉에 비해 3개의 버튼을 전부 사용하고 있습니다. A버튼은 캐릭터 호출로 파트너가 원하는데로 움직이지 않을 때 자신의 자리로 부릅니다. 하지만 사용시 링 10개를 소모하기 때문에 그다지 쓰이지 않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버튼은 B버튼인데 이 버튼을 누르면 파트너가 고정되어 이를 활용한 탄성 플레이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 외 파트너에게 붙어서 버튼을 누르면 파트너를 들어올려 원하는 방향으로 집어던질 수 있습니다. C버튼은 이전과 동일한 점프. 키는 간단하지만 움직임이 생각만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약간의 짜증을 동반하네요.

 

 게다가 이 연계 플레이 때문에 기존의 소닉 게임과 비교할 때 스피드감이 다소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캐릭터의 탄성을 이용한스피드 자체는 스핀대시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며 탄성을 이용해 쭉쭉 나아갈때는 역대 소닉만큼 빠른 속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의 연계성이라는 것 때문에 동작이 상당히 제약을 받게되고 이를 활용해  진행하는 스테이지 구성 때문에 움직임이 자주 끊기게 됩니다. 게다가 스테이지 자체가 왼쪽 →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방팔방 뛰어다녀야하기 때문에 길 찾느라 속도감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느리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하지만 정작 이런 연계 플레이는 보스전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소닉3때 스테이지3에서 테일즈에게 매달려 싸웠던 것 처럼 1회성에 그칩니다. 그 외에는 파트너를 던지며 공략이 가능하나 기본적으로 서브캐릭터는 데미지를 입어봐야 링 하나 잃고 대부분의 보스는 직접 공격도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은 난이도가 더 내려갔을 뿐이지요. 게다가 모든 스테이지 클리어 후 중간 보스로 등장하는 메탈 소닉은 직접적 전투 없이 룰렛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이라 메탈소닉과의 사투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줍니다. 한 술 더떠 최종 보스인 에그맨은 그냥 때리면 됩니다. 정작 중요한 전투가 특색도 없이 싱겁게 끝나버리는 것은 아쉽네요.

 

 소닉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페셜 스테이지 역시 카오틱스에 등장합니다. 이전 소닉과 비슷하게 링 50개 이상 획득시 스테이지 클리어 후 등장하는 거대한 링으로 들어가면 7개의 카오스 링(에매랄드가 아닙니다)을 모으는 스페셜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전 작들이 속도감과 퍼즐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작품은 32X의 성능을 보여주기위함인지 전체적으로 3D요소가 강하게 나옵니다. 3D 필드릉 360도로 달리며 지정된 개수의 푸른 공을 얻는 방식인데 그래픽의 한계로 눈이 아프고 판정이 미묘해서 체감 난이도가 높아 재미는 없는 편이네요. 무엇보다 카오스 링 7개를 슈퍼 너클즈가 된다는 식의 특전이 딱히 없고 보너스 스테이지의 배경이 와이어 프레임으로 변한다는 것 정도랄까요. 이후로 얻는 카오스 링은 점수 취급. 엔딩에서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라 엔딩 때 Cooool이라는 메세지 하나로 끝입니다. 배경스토리의 비중은 있지만 카오스 에메랄드와 비교한다면 비중은 제로에 가깝지요.

 

 결국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간판 타이틀로서는 모자란 완성도를 지닌 것이 카오틱스입니다. 여기저기서 아쉬운 부분이 보입니다. 급하게 32X로 노선변경을 한 탓일까요. 설령 MD로 발매되었다고해도 이전 소닉 시리즈만큼의 판매량에는 못미쳤을 듯 싶네요. 애초에 간판 타이틀이면서 주인공이 소닉이 아니란점에서부터 마이너스 요소가 아니었을지 싶습니다. 예전 NGC의 루이지 맨션과 비슷한 케이스랄까요. 아무튼 수작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묻히기는 아쉬운 게임입니다. 소닉 팬 - 특히 카오틱스 팀의 팬이라면 한번 쯤 즐겨볼만한 게임일 것 같습니다. 분명 소닉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2008년 11월 26일 수요일

[SS]진설 사무라이 스피리츠 무사도열전

심플한 타이틀 화면

 캡콤과 함께 2D 대전격투게임의 양대산맥이었던 SNK가 제작한 RPG '진설 사무라이 스피리츠 무사도열전(眞說 サムライスピリッツ 武士道烈傳)'. 1997년 6월 27일에 발매된 작품으로 네오지오CD, 세가새턴,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동시발매되었습니다(각 기종에 따른 차이는 다음번에 소개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SNK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주로 다루고 있는 시나리오는 1편을 소재로 한 사천강림의 장(아마쿠사 편)과 2편을 소재로 한 요화통곡의 장(미즈키 편)으로 나뉘어져있지요. 아쉽게도 이 2개의 시나리오는 통합되어있지 않고 각각의 시나리오로 즐기게 되어있어 게임 시작시 선택하게 되있습니다.

 

 애초에 RPG를 만들던 회사가 아닌데다가 격투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만큼 타 RPG와는 달리 격투게임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격투게임을 연상케하는 주인공 셀렉트화면

 첫번째로 주인공 셀렉트 시스템. 게임을 시작하면 격투게임의 캐릭터 셀렉트 창을 연상케하는 주인공 선택창이 나옵니다. 위 이미지와 같이 주인공은 우쿄, 나코루루, 하오마루, 겐쥬로, 챰챰, 갈포드 6인으로 선정 기준을 할 수 없는 - 아마 인기도가 아닐까 싶지만 챰챰은 좀 의문 - 이 6명 중 한명을 선택하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다만 멀티 시나리오까지는 아니고 초반 시나리오와 중간의 서브 이벤트에서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주인공을 선택하면 나머지 동료를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동료는 주인공으로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5인과 동료로만 등장하는 샤를롯트, 리무루루, 쿄시로 중 2인을 선택하게 되어있습니다. 단, 요화통곡의 장에서는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질풍의 레온이 동료로 합류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1인으로 제한됩니다. 각 캐릭터간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속성은 이후 변경이 가능하고 게임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취향껏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겐쥬로는 캐릭터 성격상 사천강림의 장에서는 동료가 없이 혼자 진행하고 요화통곡의 장에서는 레온과 둘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 리스크에 맞는 강력한 능력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타 캐릭터보다 크게 난이도가 높아지지는 않지요.

 

 즉, 직접 셀렉트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9명입니다. 원작의 캐릭터 수에 비하면 적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원작의 나머지 캐릭터들(핫토리 한조나 쥬베이 등)은 물론 사천강림의 장과 요화통곡의 장의 기본이 된 1, 2편이 아닌 3편의 캐릭터인 바사라나 가이라 등도 NPC나 적으로 등장하니 캐릭터의 수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기술표를 보고 따라 입력하면 되는 커맨드 입력 시스템

 두번째 특징은 커맨드 입력 시스템입니다. 타 RPG에서의 특기나 마법등에 해당하는 '필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격투게임을 하는 것처럼 직접 필살기 커맨드를 입력해야합니다. 다시 말해 파이널판타지6의 맷슈의 개인커맨드와 같습니다. 문제는 인카운트율이 적지 않은 이 게임에서 매 전투마다 필살기를 입력하고 있기가 꽤나 귀찮다는 것과 원작의 필살기 커맨드를 그대로 가져오기에 강력한 기술은 커맨드가 복잡해 삑사리가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커맨드 삑사리가 나면 기술이 나가지 않고 통상공격이 나가게 됩니다. 결국 처음에는 커맨드 입력식으로 플레이하다가 조금 하다보면 옵션에서 기술 선택식으로 바꾸게 되버리지요.

 

 세번째 특징은 분노게이지 시스템입니다. 원작의 큰 특징이었던만큼 이 게임에서도 재현되었습니다. 상대에게 타격을 받으면 분노게이지가 차오르게 되는데 게이지가 다 차면 공격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무기파괴 오의(초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매 시기 때문인지 파이널 판타지7의 리미트 시스템을 떠올리게 되는건 어쩔 수 없지요(파이널 판타지7의 발매알은 97년 1월, 무사도열전의 발매일은 97년 6월).

 

 이 외 통상공격이 약, 중, 강 3가지로 나뉘어져이고 상점에서 무기를 사지 않고 대장간에서 기존의 무기를 레벨에 따라 단련한다던가 세이브는 원작에서 심판으로 대활약(?)한 쿠로코에게 하는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무라이 스피리츠 고유의 느낌을 살리고자한 색다른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나 전체적인 RPG로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RPG에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시나리오는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기존 원작팬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지만 사실 상 단일 진행에 진행패턴이 일정하여(그 예로 요화통곡의 장의 경우 동탁을 부수고 생긴 통로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 새 동탁을 부수고 생긴 통로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의 반복) 지루하게 만듭니다. 때문에 굉장히 짧은 플레이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기껏 마련된 각 캐릭터별 서브 이벤트를 즐기기위해 재 플레이하기가 꺼려지네요. 또한 필드도 작고 돌아다닐 일도 별로 없습니다.

 

파이널판타지와 유사한 전투화면

 전투는 커맨드 입력 시스템을 빼면 일반적인 RPG와 그리 다를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의 엑티브 배틀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각 캐릭터의 게이지가 차오르면 자신의 행동차례가 되어 공격하는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지요. 분노게이지도 매 전투마다 리셋되기 때문에 결국 보스전이 아니면 두들겨 맞기 전에 전투가 끝나 쓸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무난한 재미의 전투지요. 문제는 전투는 인카운트율이 극악해 자주 전투를 하게 되는데 적의 종류도 적은 편이고(주로 색놀음) 한 지역에 등장하는 적의 패턴이 일정하여(A라는 적 3명, B라는 적 2명이 한세트로 나옴같이 적들도 파티가 정해져있다) 계속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전투가 지루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픽 역시 문제가 되는데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꽤나 세밀하게 표현되어있기에 팬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전체적인 그래픽은 그 당시 차세대기였던 기기의 스펙에 어울리지 않는 슈퍼패미콤급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그래놓고 로딩은 경장적으로 길지요.

 

 이 로딩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맵을 바꿀때마다 로딩이 나옵니다. 그래도 이건 참을만한데 문제는 인카운트시에 등장하는 로딩입니다. 애초에 극악의 인카운트율 때문에 전투를 자주 해야하는데 전투 시작전에 뜨는 斬이라는 붉은 글자의 짧지 않은 로딩은 화면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만들게 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 斬앞에 패드를 던지고 플레이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가끔 기술을 사용하는 중이나 레벨업 시에도 로딩이 나옵니다(…).

 

시로 오노의 일러스트로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이 게임에 대한 세간의 평을 들어보면 괴작이라는 소리가 많지만 괴작까지는 아니고 수작으로 평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정도의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게임이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수작까지도 평가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되네요. 앞서 말한 단점들도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보다는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게 아쉽다는 이야기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즐기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단점들은 애정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좋아하거나 RPG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한번쯤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합니다. 97년도 작품이라는 것과 끔찍한 로딩만 감수하고 플레이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퀄리티는 네오지오CD가 가장 높긴하지만 이왕이면 플레이 스테이션 버전으로 플레이 할 것을 권장합니다. 나머지는 긴 로딩 때문에 인간성 버립니다. 전 새턴으로 플레이했는데 도대체 2D머신이라 자부하는 새턴이 플스보다도 로딩이 느리게 만든 SNK의 저의가 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