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6일 수요일

[SS]진설 사무라이 스피리츠 무사도열전

심플한 타이틀 화면

 캡콤과 함께 2D 대전격투게임의 양대산맥이었던 SNK가 제작한 RPG '진설 사무라이 스피리츠 무사도열전(眞說 サムライスピリッツ 武士道烈傳)'. 1997년 6월 27일에 발매된 작품으로 네오지오CD, 세가새턴,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동시발매되었습니다(각 기종에 따른 차이는 다음번에 소개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SNK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원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주로 다루고 있는 시나리오는 1편을 소재로 한 사천강림의 장(아마쿠사 편)과 2편을 소재로 한 요화통곡의 장(미즈키 편)으로 나뉘어져있지요. 아쉽게도 이 2개의 시나리오는 통합되어있지 않고 각각의 시나리오로 즐기게 되어있어 게임 시작시 선택하게 되있습니다.

 

 애초에 RPG를 만들던 회사가 아닌데다가 격투게임을 원작으로 제작된만큼 타 RPG와는 달리 격투게임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격투게임을 연상케하는 주인공 셀렉트화면

 첫번째로 주인공 셀렉트 시스템. 게임을 시작하면 격투게임의 캐릭터 셀렉트 창을 연상케하는 주인공 선택창이 나옵니다. 위 이미지와 같이 주인공은 우쿄, 나코루루, 하오마루, 겐쥬로, 챰챰, 갈포드 6인으로 선정 기준을 할 수 없는 - 아마 인기도가 아닐까 싶지만 챰챰은 좀 의문 - 이 6명 중 한명을 선택하면 게임이 시작됩니다. 다만 멀티 시나리오까지는 아니고 초반 시나리오와 중간의 서브 이벤트에서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주인공을 선택하면 나머지 동료를 선택하게 되어있는데 동료는 주인공으로 선택되지 못한 나머지 5인과 동료로만 등장하는 샤를롯트, 리무루루, 쿄시로 중 2인을 선택하게 되어있습니다. 단, 요화통곡의 장에서는 이 게임만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질풍의 레온이 동료로 합류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1인으로 제한됩니다. 각 캐릭터간의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속성은 이후 변경이 가능하고 게임 난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취향껏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겐쥬로는 캐릭터 성격상 사천강림의 장에서는 동료가 없이 혼자 진행하고 요화통곡의 장에서는 레온과 둘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 리스크에 맞는 강력한 능력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타 캐릭터보다 크게 난이도가 높아지지는 않지요.

 

 즉, 직접 셀렉트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총 9명입니다. 원작의 캐릭터 수에 비하면 적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원작의 나머지 캐릭터들(핫토리 한조나 쥬베이 등)은 물론 사천강림의 장과 요화통곡의 장의 기본이 된 1, 2편이 아닌 3편의 캐릭터인 바사라나 가이라 등도 NPC나 적으로 등장하니 캐릭터의 수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기술표를 보고 따라 입력하면 되는 커맨드 입력 시스템

 두번째 특징은 커맨드 입력 시스템입니다. 타 RPG에서의 특기나 마법등에 해당하는 '필살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격투게임을 하는 것처럼 직접 필살기 커맨드를 입력해야합니다. 다시 말해 파이널판타지6의 맷슈의 개인커맨드와 같습니다. 문제는 인카운트율이 적지 않은 이 게임에서 매 전투마다 필살기를 입력하고 있기가 꽤나 귀찮다는 것과 원작의 필살기 커맨드를 그대로 가져오기에 강력한 기술은 커맨드가 복잡해 삑사리가 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커맨드 삑사리가 나면 기술이 나가지 않고 통상공격이 나가게 됩니다. 결국 처음에는 커맨드 입력식으로 플레이하다가 조금 하다보면 옵션에서 기술 선택식으로 바꾸게 되버리지요.

 

 세번째 특징은 분노게이지 시스템입니다. 원작의 큰 특징이었던만큼 이 게임에서도 재현되었습니다. 상대에게 타격을 받으면 분노게이지가 차오르게 되는데 게이지가 다 차면 공격력이 상승함과 동시에 무기파괴 오의(초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매 시기 때문인지 파이널 판타지7의 리미트 시스템을 떠올리게 되는건 어쩔 수 없지요(파이널 판타지7의 발매알은 97년 1월, 무사도열전의 발매일은 97년 6월).

 

 이 외 통상공격이 약, 중, 강 3가지로 나뉘어져이고 상점에서 무기를 사지 않고 대장간에서 기존의 무기를 레벨에 따라 단련한다던가 세이브는 원작에서 심판으로 대활약(?)한 쿠로코에게 하는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무라이 스피리츠 고유의 느낌을 살리고자한 색다른 시스템을 지니고 있으나 전체적인 RPG로서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RPG에서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시나리오는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기존 원작팬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지만 사실 상 단일 진행에 진행패턴이 일정하여(그 예로 요화통곡의 장의 경우 동탁을 부수고 생긴 통로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 새 동탁을 부수고 생긴 통로로 들어가 동굴을 지나…의 반복) 지루하게 만듭니다. 때문에 굉장히 짧은 플레이타임임에도 불구하고 기껏 마련된 각 캐릭터별 서브 이벤트를 즐기기위해 재 플레이하기가 꺼려지네요. 또한 필드도 작고 돌아다닐 일도 별로 없습니다.

 

파이널판타지와 유사한 전투화면

 전투는 커맨드 입력 시스템을 빼면 일반적인 RPG와 그리 다를게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의 엑티브 배틀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각 캐릭터의 게이지가 차오르면 자신의 행동차례가 되어 공격하는 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지요. 분노게이지도 매 전투마다 리셋되기 때문에 결국 보스전이 아니면 두들겨 맞기 전에 전투가 끝나 쓸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무난한 재미의 전투지요. 문제는 전투는 인카운트율이 극악해 자주 전투를 하게 되는데 적의 종류도 적은 편이고(주로 색놀음) 한 지역에 등장하는 적의 패턴이 일정하여(A라는 적 3명, B라는 적 2명이 한세트로 나옴같이 적들도 파티가 정해져있다) 계속 같은 적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전투가 지루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래픽 역시 문제가 되는데 각 캐릭터의 움직임이 꽤나 세밀하게 표현되어있기에 팬들에게 감동을 주지만 전체적인 그래픽은 그 당시 차세대기였던 기기의 스펙에 어울리지 않는 슈퍼패미콤급의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그래놓고 로딩은 경장적으로 길지요.

 

 이 로딩이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맵을 바꿀때마다 로딩이 나옵니다. 그래도 이건 참을만한데 문제는 인카운트시에 등장하는 로딩입니다. 애초에 극악의 인카운트율 때문에 전투를 자주 해야하는데 전투 시작전에 뜨는 斬이라는 붉은 글자의 짧지 않은 로딩은 화면을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만들게 합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 斬앞에 패드를 던지고 플레이를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가끔 기술을 사용하는 중이나 레벨업 시에도 로딩이 나옵니다(…).

 

시로 오노의 일러스트로 다양한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이 게임에 대한 세간의 평을 들어보면 괴작이라는 소리가 많지만 괴작까지는 아니고 수작으로 평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정도의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어디까지나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게임이니 팬들의 입장에서는 수작까지도 평가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되네요. 앞서 말한 단점들도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 보다는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게 아쉽다는 이야기니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즐기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단점들은 애정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무라이 스피리츠를 좋아하거나 RPG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한번쯤 플레이해보기를 추천합니다. 97년도 작품이라는 것과 끔찍한 로딩만 감수하고 플레이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퀄리티는 네오지오CD가 가장 높긴하지만 이왕이면 플레이 스테이션 버전으로 플레이 할 것을 권장합니다. 나머지는 긴 로딩 때문에 인간성 버립니다. 전 새턴으로 플레이했는데 도대체 2D머신이라 자부하는 새턴이 플스보다도 로딩이 느리게 만든 SNK의 저의가 뭔지 궁금하네요(…).

댓글 11개:

  1. 헛 첨보는 게임이네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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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우 일본어겜을 하시다니 대단한 내공을 가지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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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거 오락실에있던게임.. 기억나네요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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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oel - 2008/11/27 09:06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 중에서도 마이너한 편에 속하는 게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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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여담 - 2008/11/27 10:09
    원래 옛날부터 RPG를 즐기던 게이머들은 언어를 초월해서 플레이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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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츠키 - 2008/11/27 13:42
    대자연의 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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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이구 - 2008/11/27 22:54
    오락실에 있던 격투게임의 RPG버전이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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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히죽 - 2008/12/21 09:46
    네, 나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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